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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달빛을 품은 듯한 아름다움, 고요한 곡선이 빚어낸 온화한 기품.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릇’이라 극찬한 이것. 영국 현대 도예가인 버나드 리치가 한국에서 ‘이것’을 구매해 고국으로 돌아가며 “나는 행복을 안고 간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사랑한 것. 바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달항아리다. 이런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이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두둥실 떠오른 달 같은 백자=달항아리는 조선 후기의 대형 백자로, 큰 항아리라는 뜻의 ‘백자대호(白磁大壺)’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크기는 40㎝ 이상으 부동산담보 로 몸통과 높이가 전체적으로 비례하며 도자기의 입구 부분인 구연(口緣)이 짧게 벌어져 있다. 몸통은 둥근 곡선을 그리고 색은 유백색이다.
한국민속문화백과사전에 따르면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사용되면서 조선과 운명을 같이 했다. 특히 19세기에는 상류층만 아니라 일반 가정 생활 속에서도 친숙한 세간이었다. 온화한 백 급식비 색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곡선, 그리고 단단하면서도 품이 넉넉한 형태는 미적 가치와 실용성을 동시에 갖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올 수 있었다. 



김환기, 항아리, 1955~56, 캔버스에 유채, 65ⅹ80㎝. 김환기 누리집


sbi저축은행 모델 한지우달항아리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것은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이다. 김 화백은 백자 사랑이 남다르기로 유명했다. 골동품상의 역사인 우당 홍기대가 그를 들어 ‘키 크고 점잖은 사람, 명동에서 항아리를 사 가슴에 안고 성북동까지 걸어갔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그의 미술에서도 달항아리는 단골 손님이다. 김 화백의 작품 ‘항아리와 매화’ ‘여인들 우리은행 예금담보대출 과 항아리’ ‘항아리’ 등에선 둥근 달항아리의 담백하고 무심한 듯 절제된 아름다움이 표현된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이자 미술사학자인 혜곡 최순우 역시 달항아리를 보고 ‘아무 장식도 고운 색깔도 아랑곳할 것 없이 오로지 흰색으로만 구워 낸 어리숭하게 생긴 둥근맛에서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그가 말한대로 ‘신 연소득4000만원 기롭고도 천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달항아리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현대에도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열리는 달항아리 특별전=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뻗어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미국 덴버박물관에서 이달 2일부터 6월8일까지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Lunar Phases: Korean Moon Jars)’ 전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달항아리 전시는 지난 2023년 12월에 같은 박물관에서 개최된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에 이은 두 번째 한국미술 특별전이다.



미국 덴버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특별전의 중심은 조선시대 달항아리 6점과 현대 도예가들이 제작한 달항아리 6점, 모두 12점의 달항아리이다. 12점의 달항아리는 일년 열두달을 상징하며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선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한 달항아리를 비롯 리움미술관이 소장한 김환기 화백의 유화 ‘달빛교향곡’ 등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달빛교향곡은 푸른색 보름달과 달항아리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김 화백의 달항아리 사랑이 가장 잘 드러난 그림이라고 꼽힌다.



스티븐 영 리, 갈색 달항아리(Brown Moon Jar), 2024, 아벤추린 유약 도자기, 38.1㎝. 덴버박물관


또 이번 전시에선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품 9점을 함께 전시해 달항아리의 미감과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덴버박물관은 자체 예산으로 김민재, 이동식, 박영준(Youngjune P. Lew), 스티븐 영 리(Steven Young Lee) 등 젊은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 4점을 구입해 특별전에 출품했다. 덴버미술관에선 “조선 왕조의 달항아리가 어떻게 한국의 국가적 예술 아이콘으로 발전했고 한국 내외 현대 예술가들은 달항아리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탐구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한편, 오는 18일 미국 뉴욕 경매에서도 달항아리가 출품된다. 이는 45㎝ 백자대호로, 추정가는 180만~250만달러(약 26억~36억원)다. 앞서 2023년 3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18세기 달항아리가 추정가(최고 2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456만달러(약 6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혹자는 “달항아리가 태어난 이후 단 한번도 사랑받지 않았던 시대가 없다”는 말을 한다. 달항아리는 시대를 초월한 미의 정수를 담고 있다. 흠 없이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온화하고, 담백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간을 견디며 더욱 깊어지는 달항아리에, 우리의 시선도 다시금 그 앞에서 멈춰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