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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워낙 혜빈의 남자의 심술이 무엇보다도 현정이의2024년 11월2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부터), 차규근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무죄 선고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18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원지검으로부터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받았다. 한동훈의 ‘검·언 유착’ 공모 혐의에 대한 수사가 정진웅 형사1부장의 독직폭행 혐의 기소로 답보 상태에 빠진 때였다. 검찰 ‘2인자’라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언론에 보도된 그의 혐의는 심각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었던 2019년 6월 안양지청에 압력을 행사해 수사를 국민은행kb시세 막았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직권남용 범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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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성윤의 혐의는 모함에 가까웠다. 그가 연루된 사건은 검찰의 흑역사로 꼽히는 ‘김학의 사건’이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박근혜 정권 초기에 검찰총장 유력 후보였다가 ‘성 접대’ 수수 의혹이 불거지는 바람에 두차례 직장인대출한도 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피해 여성의 강력한 처벌 요구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고위 간부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제 식구 감싸기’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문재인 정권은 2019년 3월 이 사건을 ‘검찰 과거사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재수사를 지시했고 김학의는 구속기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소됐다(그러나 김학의는 2021년 6월 대법원에서 검찰의 ‘증인 사전 면담’이 문제가 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는다).
‘김학의 사건’으로 문재인 정권 역공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20년 10월28일 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2금융권개인사업자대출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된 2021년 1월 이 사건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뒤바꿔 문재인 정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진보 정권이 무고한 시민의 인권을 침해한 ‘내로남불’ 사건으로 프레임을 짰다. 윤석열 사 비영리법인 단은 김학의가 재수사를 받기 직전인 2019년 3월22일 밤 출국하려던 것을 이규원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가 ‘긴급출국금지’로 막은 것에 시비를 걸었다. 긴급출금은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에게 내리는 조처인데, 김학의는 재수사가 시작되기 6일 전에 긴급출금 됐으므로 불법이라는 논리였다.
수사가 임박한 상태라면 사실상 ‘피의자’로 봐야 한다는 게 그동안의 대법 판례였다. 김학의가 한밤 출국을 시도한 시점은 이미 검찰 수뇌부가 재수사를 결정한 상태였다. 검찰도 2012년 긴급출금을 도입한 이래 대법 판례 취지대로 제도를 운용해왔다. 그런데도 윤석열 사단은 김학의 사건에서 마치 새로운 범죄를 발견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애초 사건을 바꿔치기한 곳은 안양지청이었다. 김학의의 출국이 무산된 뒤 누군가 김학의에게 출국금지 여부를 알려준 단서를 잡은 법무부는 2019년 4월 대검에 수사를 의뢰한다. 대검은 이 사건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 소재지를 관할하는 안양지청 형사3부(부장 장준희)에 배당했다. 그런데 장준희를 비롯한 검사들은 ‘출금 정보 누설’ 사건을 ‘불법 출금’ 사건으로 둔갑시켰다. 검찰 과거사를 조사하던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검사들이 수사의 타깃을 이규원으로 바꾼 것이다. 안양지청은 최종적으로 이규원을 불기소 처분한다.
윤석열은 2021년 1월13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 형사3부에 재배당했다. 법원의 징계효력 정지 결정으로 검찰총장에 복귀한 지 20일 만이었다. 윤석열은 이 수사를 문재인 정권에 반격할 회심의 카드로 삼았다. 그는 자신이 아끼는 후배인 이정섭 부장검사를 콕 집어 배당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감찰 무마’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했던 검사였다. 이정섭은 윤석열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김학의 긴급출금에 관여한 이규원과 차규근 출입국관리본부장, 그리고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했다(이들은 나중에 1,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는다).
윤석열 측근은 놔두고 이성윤만 기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2020년 1월1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정섭은 이성윤이 2019년 7월 안양지청의 이규원 불기소 처분을 압박한 것으로 몰아갔다. 안양지청 수사팀이 수사를 포기하는 데 이성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양지청이 이규원을 불기소한 것은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2023년 2월15일 열린 이성윤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안양지청에서 이규원 검사에 대해 수사 진행을 하지 못한 것은, 피고인(이성윤) 외에도 윤대진 검찰국장의 전화, 대검 반부패부와 안양지청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 안양지청 지휘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 중단 지시를 종합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윤대진과 피고인으로부터 긴급출금 당시 상황을 듣고 적절하지 않다는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안양지청장 이현철은 이성윤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런 진술을 했다. “2019년 6월 윤대진(법무부 검찰국장)한테서 ‘긴급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간 이야기가 다 돼 이뤄진 일이니, 이규원 검사를 문제 삼지 말아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윤대진은 윤석열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이현철은 윤대진과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윤대진은 이현철에게 ‘(김학의 출국으로) 검찰이 크게 욕먹을 뻔했는데, 이규원이 잘해서 검찰이 살았다’는 말까지 했다. 검사라면 검찰총장 최측근의 말이 더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외압을 받았다면 이성윤이 아니라 윤대진한테서 받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윤대진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성윤은 2024년 1월25일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다.
이정섭이 이성윤을 겨냥한 것은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로 의심됐다. 이성윤은 정진웅이 기소된 뒤에도 한동훈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정섭은 사건을 배당받은 지 8일 만에 대검 반부패수사부를 압수수색해 많은 자료를 확보했다. 대검 수뇌부가 김학의 긴급출금을 사후 승인한 정황을 기록한 메모와 안양지청의 이규원 불기소처분 이유, 이현철의 진술 내용 등 이규원과 이성윤에게 유리한 증거였다. 검사의 객관의무에 따르면 피의자(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배척해선 안 된다. ‘김학의 불법 출금’이라는 황당한 프레임의 수사는 하지 않는 게 옳았다. 그러나 이정섭은 수사를 밀어붙였다.
수사팀의 기세는 2021년 3월4일 윤석열이 총장을 사퇴한 뒤에도 꺾일 줄 몰랐다.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을 간파한 검찰은 노골적으로 윤석열 쪽에 줄을 섰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김학의 긴급출금에 관여한 이규원과 차규근에 대한 기소를 결재했다. 이정섭은 기세를 몰아 이성윤에게 소환 조사 없이 기소하겠다고 최후통첩 했다. 이성윤은 4월17일 수원지검에 출석해 11시간 동안 조사받은 뒤 5월12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역사상 첫 현직 중앙지검장 기소였다.
윤석열 당선 뒤 한동훈 무혐의 처리한 검찰
이성윤은 2021년 6월1일 윤석열 후임으로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 서울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훈 수사는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이성윤은 수사팀 검사들에게 한동훈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한동훈의 휴대전화가 열리면 채널에이 기자 말고도 누구와 공모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선 윤석열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 한동훈은 김건희와도 수백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수사팀은 수소문 끝에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업체도 파악하고 있었다. 아이폰 새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용케 기존 단말기의 비밀번호 해제 기술을 확보하는 이스라엘 전문업체였다. 한동훈 휴대전화 포렌식은 시간과 비용의 싸움이었다.



2024년 1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성윤은 김오수에게 수사팀의 포렌식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오수는 응하지 않았다. 한동훈 수사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건지, 아니면 윤석열 사단의 눈치를 본 탓인지는 확실치 않다. 김오수는 “나도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피고발인 신분이었다”고 했다. 수사 지휘를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그는 “아이폰 비밀번호 해제 기술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이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27일 만인 2022년 4월6일 한동훈을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은 “공범에 관한 법리와 증거 관계상 (채널에이 기자와) 공모를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한다”고 했다. 비밀번호를 끝내 풀지 못한 그의 아이폰도 돌려줬다. “숫자와 문자가 결합된 비밀번호는 거의 무한대로 현재 기술력으로는 해제 기간조차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믿거나 말거나였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은?

법치’를 강조하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시민과 국회에 의해 155분만에 제압돼 탄핵과 형사처벌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합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지지자들에게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해 봤습니다.

논설위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