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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인종합복지관 워크숍에서 원하지 않는 장기자랑을 강요했습니다. 관장들은 사회복지사 본인들이 원해서 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매일 야근하면서 일해도 관장한테 모욕적인 언사와 고성을 들어 근로의욕도 안 생기는 판에, 미쳤다고 본인이 원해서 연습하고 참여합니까? 장기자랑 같은 악습뿐 아니라 복지관 종사자들에 대한 관장의 갑질을 근절할 방법이 있을까요? (2024년 12월, 닉네임 ‘익명’)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A. 쌍팔년도 아니고 21세기가 25년이나 지났는데 장기자랑이라니, 어처구니없네요. 2017년 11월 직장갑질119가 문을 열자마자 들어온 한림대의료원 간호사의 선정적 카드원금 장기자랑 동영상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 해 직장갑질119에는 장기자랑이 취소됐다는 감사 이메일이 쇄도했었죠. 사기업도 아닌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장기자랑이 좀비처럼 살아있다니, 놀랄 따름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 실제 사례’로 ‘반대 의사와 관계없이 행원 직무 장기자랑 강요’ 행위를 명시하고 있어요. 따라서 5명 이상 사업장이고 관장이 장기자랑을 강요한 증거가 있다면,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고 1천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요’가 함정이에요. 관장들은 “직원들이 원해서 했다, 반대한 사람은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할 겁니다. ‘익명’님을 뺀 나머지 직원들에게 자발적으로 참 지원내용 여했다고 진술하게 할 거예요. 무엇보다 시설장 힘이 막강하고, 강력한 카르텔을 가진 사회복지업계에서 관장을 신고한 직원이 무사할까요?
‘해고 등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지만,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습니다. ‘보복 갑질’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 용기를 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다만 다수의 피해자 울산취업알선 가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노동부 누리집에서 ‘근로감독 청원’을 할 수 있어요. 실명으로 신고하지만, 익명이 보장됩니다. 관장이 신고자를 색출하겠지만, ‘쌩’ 까고 모른다고 하세요. 국가인권위원회나 지자체 인권센터, 언론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독 권한이 있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나선다면 관장들이 조심할 텐데, 다들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하 부산은행주택담보 고 있어서 답답합니다.
지난달 직장갑질119의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에서 송년회·회식 과정에서 경험한 불쾌한 행위로 ‘음주 강요’ 38.9%, ‘노래, 춤, 개인기 등 강요’ 29.4%, ‘상사·동료의 주사(술주정)로 인한 피해’ 26.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도 쌍팔년도 회사가 많다는 뜻이겠죠.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에서 제보를 받아 “내가 춤추려고 사회복지사 됐나”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어요. 전남의 한 복지관에서는 새로 취임한 관장 축하 공연을 했고, 부산의 복지관은 실습생들에게 춤을 추게 했습니다. 또 경남에선 미혼의 사회복지사만 춤을 추게 하고 “해당 선생님의 짝꿍을 구한다”고 공지했어요.
장기자랑이 언론에 보도되자 관장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유튜브를 비공개로 전환했어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고 입을 맞췄고요. ‘언론이 대수’냐고 생각하는 시설에선 설맞이 장기자랑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경호차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경호차장이 윤석열 생일파티를 위해 군인들에게 2개월 이상 춤과 노래 연습을 시켜 장기자랑을 했다면서요? 대통령 내외 휴가지에서 폭죽을 터뜨리게 하고, 반려견 옷 구입을 강요했다고요? ‘대통령님 생신’ 엽서를 쓰게 하고, ‘윤석열 삼행시’와 헌정곡까지 준비했다는데, 가짜뉴스 아닌가요?
김 차장은 “여러분은 친구들 생일에 축하 파티나 축하 노래를 안 해주냐?”, “함께 즐겁게 했다”고 했다죠? 경호처는 텔레그램 앱을 지우고 핸드폰을 버리고 폐회로티브이(CCTV)를 삭제하느라 정신이 없다는데요. 내란 우두머리와 졸개들이 하나같이 ‘비찌졸’(비열하고 찌질하고 졸렬한) 인간들이라니, 참 서글픕니다.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관장이 종무식 때 직원들에게 “장기자랑 시켜서 미안하다”고 했다는 소식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