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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여성의류 제조·직매형(SPA) 브랜드인 브랜디멜빌의 첫 한국 매장이 성수동에서 문을 열었다. 블랙핑크 제니, 로제 등 K팝 스타도 즐겨 착용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브랜드이지만, 매장을 방문한 고객 사이에서 '직원이 외국인이라 소통이 어려웠다', '반품이 아예 안 된다'는 후기가 나와 논란이 불거졌다.
 '불친절' 전략에도 바글바글



브랜디멜빌 성수 매장 내부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계산할 때 한국어로 환불 규정을 적격대출 자격 물어보니 외국인 직원이 잘 못 알아듣는 눈치였어요. 머쓱한 표정으로 옆에 있던 한국인 직원을 가리키더라고요."
7일 정오께 성동구 성수동의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 매장 앞. 가게를 나서던 20대 대학생 정모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줄을 엄청 길게 선다길래 일부러 평일에 와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농협 매장 앞에는 대기 줄이 따로 없었으나,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옷을 구경하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모습이었다. 2층에 있는 피팅룸 앞에도 여러 벌의 옷을 들고 기다리는 이들로 긴 줄이 형성돼있었다.
이 매장에 피팅룸이 유독 붐비는 배경에는 '단일 사이즈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 브랜드 의류는 사이즈 구분이 따로 없다. 엑스스 퇴직금 계산시 연차수당 몰(XS) 혹은 스몰(S) 크기의 의류만 판매한다. 옷의 상표를 봐도 국가별 화폐로 환산한 가격만 쓰여있을 뿐, 사이즈가 따로 적혀있지 않았다. 
간혹 펑퍼짐한 맨투맨 상의나 트레이닝 바지 등 하의에는 라지(L)라는 표시가 돼 있긴 했으나, 매장 전체를 둘러본 결과 라지 상표가 달린 의류는 20여벌가량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배꼽이 드러나는 금대출 짧은 기장의 크롭티, 얇은 소재의 티셔츠, 가디건 등으로 체구가 작고 날씬한 체형의 사람이 입을 법한 옷이 대부분이었다.



/사진=김영리 기자


게다가 브랜디멜빌 한국 매장은 환불 불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계산대 앞 소상공인 기준 에 있는 공지문에 따르면 제품의 반품은 불가하며, 제품 또는 매장 크레딧(적립금)으로의 교환만 가능하다.
앞서 알려진 것처럼 매장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절반가량은 실제로 외국인이었다. 계산대 앞에서 한 외국인 직원이 한국인 고객의 말을 못 알아듣는 모습이 포착돼기도 했다. 한국인 직원이 여러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매장에서 만난 패션 업계 종사자 30대 김모 씨는 "어떤 디자인이 인기가 많은지 둘러볼 겸 왔다"며 "오픈한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에 왔다가 줄이 길어 오늘 다시 매장을 찾았다는 20대 박모 씨는 "주말엔 매장에 박스도 널브러져 있고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없었는데 오늘은 좀 정리가 된 것 같다"며 "친구들 사이에서 힙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보여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디자인이 특징인 것 같다"며 "입어 보고 악세서리와 맨투맨, 티셔츠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장 관계자는 "늦은 오후나 주말에는 매장 밖에 줄이 생겨나는 상황"이라며 "손님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서 '젠지 교복'된 이유



브랜디멜빌 성수 매장 내부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브랜디멜빌은 현재 미국에서 '젠지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상의 10~20달러, 하의 30~40달러, 액세서리 3~8달러 수준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도 인기 요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이 브랜드 옷이 날씬한 체형의 가늠자로 여겨진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이 브랜드가 인기라는 사실을 조명하면서 "10대 소녀 사이에서 브랜디멜빌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가 인기의 척도로 여겨진다"며 "마른 체형의 10대들이 자신의 체형을 '특권'으로 여기게 해 외모 차별주의를 가속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의류 가격 상표. 원화와 엔화가 달러 환산 가격보다 더 저렴한 상황이다. /사진=김영리 기자


한편 반품 불가·단일 사이즈와 같은 불친절한 마케팅 전략에도 한국 매장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가격 책정이 합리적으로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몇몇 의류들은 달러 기준의 정가보다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이 확인됐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달러 환율이 워낙 높아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매장의 의류 가격이 더 저렴한 상황"이라며 "대개 수입 브랜드 의류는 현지보다 상품의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당분간 인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