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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오는 28일 예정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취소됐다. 여야가 연금개혁 관련 뜨거운 논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협의가 어느 선에서 이뤄지느냐에 따라 안건이 바뀔 수 있어서다.
연금개혁의 핵심 쟁점 ‘소득대체율’, ‘자동조정장치’가 어느 수준에서 확정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바뀌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의 목표수익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요구할
여야, 연금개혁 논의중…합의점 ‘아직’

2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주 갑자기 취소됐다. 연금개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건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부득이하게 취소된 것.
전문가들은 이달이 연금개혁의 완전바보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다음달 이후 대선 운동이 진행될 경우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은 이제 선고만 남았다. 다음달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확정될 경우 선거일은 오는 5월 중순이 유력하다.
또한 다음달 외제차매립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일이다. 1심 재판부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는데,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10년간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26일 국회 연금개혁특 상업용 부동산 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오는 28일 국정협의체 회담에서 세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장주재 회동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한지우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뉴스1)



이번 국정협의회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국정협의회에서 세부 논의가 끝나면 기금위를 다음달 개최할지 여부가 다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정협의회를 앞두고 이날 여·야·정은 실무협의회를 열고 국민연금 모수개혁 등 쟁점 과제를 논의한다.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여야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다.
회의에는 국민의힘 김상훈·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6명이 참석한다. 조 장관은 기금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연금개혁의 핵심 쟁점은 ‘소득대체율’, ‘자동조정장치’다.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현행 40%) 인상 수준과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소득대체율’이란 가입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버는 소득에 비해 얼마만큼의 연금이 지급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대체율이 높아지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소득대체율이 낮아진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0%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의 주요 변수인 소득대체율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말한다. 국내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만큼 향후 가입자가 받을 연금 인상액을 일부 깎게 되는 제도다.
국정협의회 논의 끝난 후 기금위 개최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44%까지 수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대체율 42%, 더불어민주당은 44%, 국민의힘은 절충안으로 43%를 제안했는데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민주당이 요구하는 44%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소득대체율 44~45%를 요구하면서 자동조정장치를 당장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본연의 취지는 ‘소득 보장’에 있는데,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자동 삭감장치’라는 이유에서 수용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2%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결과, 자동조정장치가 없을 때보다 연금 수급 총액이 16.3% 정도 줄어든다.



(자료=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 수치는 2036년 자동조정장치를 적용하고 40년 가입, 25년 연금 수급, 300만원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한 결과다.

여야 논의가 어느 선에서 타결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수익률 목표치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득대체율을 1%포인트(p) 인상할 때마다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채는 약 310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요구대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보다 4%p 올리면 미래세대 부채는 단순 계산해서 1240조원 늘어나게 된다. 또한 소득대체율이 높아질수록 국민연금 고갈 위험도 높아지는 만큼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더 높게 끌어올려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NABO)는 지난 21일 발표한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국민연금기금 누적 적립금이 2039년에 1936조9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40년부터 적자 전환, 2057년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법령과 제도가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2025~2072년 NABO 장기재정전망’ 보고서)



또한 국회예산정책처의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기본가정 대비 1%p만 높여도 기금 소진 시기를 2058년으로 4년 늦출 수 있다. 이 때 기본가정은 2019~2060년 간 기금운용수익률이 평균 3.7%인 경우다.

작년 5월 의결된 ‘2025~202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목표수익률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4%다. 최근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은 이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당시 국민연금기금의 금액가중수익률은 4.19%였으나, 10년 후인 2023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3.59%를 달성했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작년 한 해 운용수익률이 이보다 높은 15%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정협의회에서 세부 논의가 끝난 후 기금위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3월 일정으로 곧 다시 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