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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와의 이런 들 자신의 혜주를 올 모욕감을(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굳게 닫혀 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철문이 열렸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관저 칩거를 이어가던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43일 만에 체포된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한남산성'을 빠져나왔다. 찢겨나간 철조망과 무력화된 차벽, 엇갈린 표정을 한 시민들 사이로 대통령과 자연인의 갈림길에 서게 된 현직 대통령의 체포 후 호송 장면은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12년 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검사 윤석열'이 깨트리고 나온 요새는 검찰 수뇌부와 정권 차원의 '외압' 민낯이었다. 주요 국면마다 직을 건 승부수에 정치권은 물론 정권 전체가 출렁였고, '진보'와 '보수'가 공수 교대를 하는 위기의 순간을 지나면서도 지지세는 두터 현대캐피탈아파트론 워졌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리에서 던진 승부수는 파열의 연속이었고, 결국 임기 전환점에서 내란 피의자라는 파국 앞에 스스로를 멈춰 세웠다.
수사·사법 절차 불복을 천명하며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한번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동했지만, "이제야 내가 대통령이란 생각이 든다"는 공허한 메시지에 '조기 대선' 국면이 한층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될 대전무지개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여론전을 주시하는 헌법재판소와 조기 대선 시계를 바라보며 특검에 힘을 싣는 정치권, 전리품 확보 경쟁에 나선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가팔라지면서 '2월' 안에 윤 대통령을 정조준한 운명의 시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 부재료 영장 집행이 진행된 1월15일 과천청사 공수처 청사로 윤 대통령이 출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관저로 '대통령 체포조' 불러들인 尹의 자충수
1월15일 윤 대통령은 4300명에 달하는 압도적 공권력을 마주했다. 헌정사 초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관저 연차휴가 내부로 투입된 인원만 1200명에 달했다. 2024년 12월3일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 또는 대기시킨 계엄군 병력 1500명과 맞먹는 수준이다. 여의도를 향해 '국회의원 체포조'를 보낸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남동 관저로 '대통령 체포조'를 불러들이는 자충수가 된 셈이다. 취득세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구성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인해전술' 앞에 대통령경호처의 1·2·3차 방어선은 불과 35분 만에 무력화됐다. 예상과 달리 공조본의 진입 작전을 지연시킨 최후의 저지선은 30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과 거리에 있던 강성 지지층이었다. 관저 안에서 방어막이 순차로 해제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윤 대통령은 돌연 '자진 출석' 의사를 내비쳤다. 비상계엄을 불법도 내란도 아닌 통치행위로 규정하고 권한 없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결코 응할 수 없다던 윤 대통령은 '무혈 영장 집행' 완료 직전에 돌연 '유혈 사태를 막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1월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과천 공수처로 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체포영장 재집행이 초읽기에 접어든 때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만난 인사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 불법적 수사기관인 공수처 아래선 폭력으로 끌려갈지언정 내 발로 걸어가진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나의 직무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차기 정권이 반국가세력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터를 닦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싸우겠다"며 결사항전 태세를 반복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방문'이나 '제3의 장소' 조사로 출구전략을 제시했을 때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즉각 그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선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윤 대통령이 1월15일 오전 10시33분 체포되기 직전에 녹화해 공개한 대국민 담화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와 동일한 맥락이다.
'버티기'와 '여론전'을 반복하던 윤 대통령은 그러나 무너진 경호 대열 앞에서 더 이상의 영잡 집행 거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리적 칩거 장소를 관저에서 공수처로, 또 구금된 서울구치소로 옮긴 것일 뿐 진술 거부와 조사 불응, 이의신청과 체포적부심 청구로 수사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도 수사기관이 아닌 헌법재판소 재판정과 법정에서 계엄 정당성을 적극 피력하고 위헌·위법한 국헌문란 행위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겠다며, 마지막까지도 '애국시민' 결집을 노린 여론전만은 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체포 당일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과 원외당협위원장들을 불러모아 '정권 재창출'을 언급한 점에 주목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나는 가지만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니 종북 주사파에 단호히 맞설 때 우리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며 '재집권' 당부를 전했다고 한다. '순교자' 이미지를 통해 지지층을 한층 더 자극하고, 보수진영 재건을 위해 불법 수사에도 응한다는 마지막 족적을 남기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월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윤 대통령이 노리고 있는 '탄핵 기각'과 '내란죄 무죄'가 모두 불발될 경우 '정권 재창출 후 사면'만이 유일한 출구라는 불안감이 발언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이 되더라도 '내란의 원죄'를 짊어진 상태에선 '윤석열 사면'은 금기어가 된다. 수사 절차의 흠결을 부각하고 사법부와 헌재 때리기에 집중하는 점도 '대통령 윤석열'의 시간이 끝난 후 '자연인 윤석열'에게 닥칠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탄핵도, 구속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체포 직전 녹화한 대국민 담화 영상에서) 옅은 미소를 띤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히려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자신감을 상실한 피의자나 피고인에 더 가까웠다. 나라가 뒤집어졌는데 '그동안 잘 계셨느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사말을 건넨 것부터 본격 수사를 앞두고 심리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격이 됐다"고 말했다.



1월15일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는 모습이 서울역에 설치된 TV를 통해 방영되자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거침없는 수사·탄핵 시계…2월 기소·재판 잇따를 듯
두번째 시도 끝에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체포를 이끌어낸 공수처는 강제 신병 확보 이후 다시 수사의 벽을 맞닥뜨렸다. 구속영장 청구를 위해 체포 후 48시간 내 조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하며 체포적부심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청구하는 지연술을 펼쳤다. 체포영장이 두 차례 발부된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아닌 서울중앙지법으로 법정 공방의 축을 옮기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및 법원 영장 관할 위반 주장을 모두 배척, 청구를 기각했다. 
관저에서 공수처로 호송된 직후인 1월15일 10시간 넘는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윤 대통령은 이튿날 '건강상의 이유'로 조사를 전면 거부했다. 첫 조사에 입회한 윤갑근 변호사는 "충분히 입장을 얘기했고 더 이상 조사받을 게 없다"며 자체적으로 수사 종결을 선언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해 2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고 검찰 출신인 이재승 차장검사부터 비상계엄 TF 단장을 맡은 이대환 부장검사와 내란 사건 주임인 차정현 부장검사를 모두 조사에 순차 투입했지만 피의자신문조서에 남게 될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하진 못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모의한 구체적인 시기부터 이를 실행에 옮긴 경위와 과정, 발포 명령을 비롯한 위헌·위법한 지시 내용 등을 전방위 조사해 내란 수괴 혐의 입증에 전력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묵비권 행사에 따라 설 연휴 직전 사건을 검찰로 다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현직 대통령의 내란죄 사건을 두고 경쟁을 벌였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와 공수처는 신병 확보 이후 수사와 관련해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10일씩 조사하는 데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기소권이 없기 때문에 특검이 출범하지 않는다면 기소는 검찰이 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과연 친정인 검찰에서 입을 열 것인지는 안갯속이다. 윤 대통령 측은 검찰 역시 공수처와 마찬가지로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전례가 있다. 평생 몸 담았던 조직, 자신이 직접 임명한 심우정 총장이 이끄는 검찰마저 '불법 수사기관'으로 낙인찍으며 '끝장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서울고검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무혐의 처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고, 창원지검이 공천 개입 의혹의 진원지인 명태균씨 수사에서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나눈 상당량의 대화 내용 등을 확보한 만큼 엎친 데 덮친 격이 된 윤 대통령이 '검찰 때리기' 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
공수처와 경찰청 국수본의 체포작전이 벌어지는 동안 상대적으로 수사 시간을 여유 있게 확보한 검찰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대면조사보다 공소장이 먼저 작성된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윤 대통령이 묵비권 방어 전략을 끝까지 유지하더라도 2월 초반 친정인 검찰에 의한 기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며 작성한 공소장에 윤 대통령은 141차례 등장한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소장에도 기소 당사자보다 두 배 많은 100회가량 언급됐다. 검찰은 내란 사건 핵심 피의자인 군과 경찰 핵심 지휘부로부터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과 핵심 물증, 증거를 모두 확보한 만큼 기소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사와 맞물려 진행되는 헌재의 탄핵심판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2월13일까지 총 8차례의 변론기일이 확정됐다. 체포된 윤 대통령이 거듭 수사기관 조사에 비협조하거나 진술을 거부한다면 이 자체로 파면의 주요 사유인 '헌법 수호 의지 결여'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가 빠르면 2월 안에 결론을 도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1월15일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진영 결집 이후에는 중도층 확보 싸움 전개될 것"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위한 특검법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 중인 여야의 시선은 공통적으로 조기 대선을 향한다. 비상계엄 이후 상승세를 탔다가 '연쇄 탄핵'과 광범위한 내란 선동·선전 처벌을 추진하며 실점을 거듭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강경 발언을 자제하는 모드로 돌입했다. 폐허 위기에서 민주당의 실책과 '이재명은 안 된다'는 반사효과로 정당 지지율 상승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비상계엄 특검법을 제출하며 반격에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체포 이튿날인 1월16일 논란이 된 외환죄와 내란선전죄 등을 수사범위에서 제외한 '계엄 특검법'을 당론 발의한다고 발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현실론'과 '최악보단 차악이 낫다'는 논리를 앞세워 설득했다고 한다. 야당이 추진하는 '내란 특검'을 막으면서 동시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해 중도층 표심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체포를 '사법 쿠데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출범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검찰 수사와 기소·공소 유지에 거듭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지적한 독소조항을 뺀 법안으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군, 경찰 지휘부를 넘어 아직 수사선상에 오르지 않은 대통령실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까지 겨냥한 전방위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부각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특검이 통과돼야 한다"고 여당에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지지율 추이와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 체포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이 이뤄졌는데, 이는 야권에 대한 견제 심리와 야당 일부 인사의 자극적 발언에 따른 반감, 정권 교체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결집할 지지층은 이미 다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국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는 이제 선거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여야 모두에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