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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처음 만난 건 18살, 꽃다운 시절이었다. 인생의 봄날에 양가의 혼담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30여 년간 매 순간을 남편과 함께했다. 시골에서 단둘이 시작했던 신혼살림에 삼남매가 태어나 다섯 식구가 되기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준 남편 덕분에 모진 세월도 이겨낼 수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고향을 떠나 타지에 터를 잡았을 때 처음 시작했던 일은 국수장사였다. 그 시절 손님상에 내어갔던 긴 국수 가락처럼 부부의 연이 오랫동안 이어지리라 생각했지만 12년 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당시는 삼남매가 모두 장성하고
생산관리공정 남편과 채소장사를 함께하던 때였다. 2013년 늦가을, 여느 날처럼 장사를 마친 뒤 남편은 다음 날 준비를 위해 마트에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스치던 순간 멀리서 구급차가 보였다. 마트 계단에서 쓰러진 남편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남편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농협대학 등급 의사는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며 조심스럽게 장기기증을 권유했다. 일평생 서로의 곁을 지켰던 남편의 죽음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감당하기 버거운 현실 속에서 남편의 따뜻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려운 고민 끝에 선하고 바른 사람이었던 남편의 온기를 세상 어딘가에 남기기로 결정했다. 2013년 11월 4일, 남편은 세 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신한은행 적금이자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남편이 떠난 후 한동안 아주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혹여 남편에게 너무 가혹한 선택을 한 것은 아닐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지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변의 위로조차 날카로운 가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별의 고통과 그리움에 사무쳤다.
그러다 몇 해 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
저신용자대출 부에서 주최하는 ‘도너패밀리’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의 모임이었다. 누구도 공감할 수 없을 것 같던 나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이들을 만난 후 슬픔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장기이식인들의 모습을 보며 남편의 숭고한 나눔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꽃피우게 했음을 깨달았다.
프로그램순매수 얼마 전에는 손주들에게도 조심스럽게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던 날, 장기기증으로 세 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하자, 손주들이 뜻밖의 말을 했다. “할머니, 많이 힘드셨겠지만 정말 잘하셨어요.” 그 순간 오랜 시간 마음속에 맺혔던 응어리가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어느덧 남편을 떠올리면 슬픔보다는 생명나눔의 자긍심이 더 크게 피어오른다. 남편의 빈자리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사랑이 남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시 남편을 만나면 그때는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남겼다고. 우리 손주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한다고. 다시 행복하게 잘 지내자고.’
아내 공점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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